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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0명 중 2명 '최근 1년간 자살 충동 느꼈다'

전공의 10명 중 2명 '최근 1년간 자살 충동 느꼈다'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03.2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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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영양 부족에 언어·신체 폭행까지 겪어
과반수, 당직 후 휴식 없어 "슬픔, 절망감 느껴"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병원 내에서 언어 또는 신체적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의 10명 중 2명 꼴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최재욱)가 지난해 4월 한 달간 전국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공의 평균 근무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인 주당 80시간을 넘어선 88.2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과 계열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00.0시간으로 가장 높았고, 수련 연차가 낮을 수록 업무량이 집중돼 있었다.

 
인턴의 경우 100시간 근무하는 비율이 56.4%, 당직근무 평균 횟수는 주당 5.1회에 달해 사실상 휴일(off)이 없는 실정이었다. 또 응답자의 39.7%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을 초과하고 있었으며, 특히 강원도 지역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응답율이 51.4%로 가장 높았다.

당직일수는 주당 평균 2.4회로 조사됐는데, 응답자의 25.2%는 주 3∼4회, 13.4%는 주 5회 이상 당직근무를 하고 있어 사실상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응답자의 57.3%가 '당직근무 종료 후 휴게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공의는 전체의 25.2%에 불과했다.

상당 수 전공의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면시간이 하루 5.7시간으로 나타났다. 8시간 이상 수면한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고 4∼6시간 34.1%, 2∼4시간 2.3%, 2시간도 못잔다는 응답자도 14.5%나 됐다.

하루 세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는 전공의는 전체의 17.6%에 그쳤다. 두 끼를 먹는다는 응답이 50.3%로 가장 많았고, 한 끼 밖에 먹지 못하는 전공의가 23.1%에 달했다.

 
하루 평균 당직비는 2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응답이 40.5%로 가장 많았고,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공의도 21.0%에 달했다.

수련병원이 여성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사실이 이번 조사결과 드러났다. 여성 전공의가 법정 출산 휴가일수인 90일을 제대로 쓰는 경우는 26.1%에 불과했다. 70∼90일을 쓴다는 응답이 34.9%였으며, 30일 미만 밖에 쓰지 못한다는 응답이 15.1%나 됐다.

법정 출산 전후 휴가 일수가 지켜지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병원의 암묵적 압박(분위기, 관습 등)'이라고 답한 여성 전공의가 43.5%로 가장 많았다. 휴가를 가지 말라는 병원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응답도 2.6%로 나타났다. 자발적으로 휴가를 가지 않았다는 응답은 9.9%에 그쳤다.

수련교육의 질적·양적 측면에 대한 평가에서 대부분 전공의들은 중립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전공의 수련 내용이 충분치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지도전문의 교육이 수련과정에 충분한 부분을 포함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연령이 높은 전공의 일수록 부정적이었다.

인턴이 수행하는 업무 중 거의 대부분이 의사의 고유 업무가 아닌 간호사 업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턴 수련 과정에서 총 업무량 중 의사의 고유 업무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81∼100%'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의사 고유의 일 밖의 업무로는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이 41.3%로 가장 많았다.

'강제 회식(술자리)'은 과반수인 55.9%의 전공의가 경험했으며, 수련 중 불쾌한 성적희롱(말)을 경험했다는 전공의도 17.6%에 달했다. 특히 여성 전공의 37.1%가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성희롱의 가해자는 교수가 30.6%, 환자 28.2%, 상급 전공의 10.6%, 둘 다 경험했다는 응답 19.2% 등으로 각각 조사됐다. 

 

수련 중 불쾌한 성적추행(행동)을 경험한 전공의도 9.2%에 달했으며, 성별로는 여성 전공의 19.3%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추행 주체 역시 교수(32.3%), 환자(30.7%), 상급 전공의(15.0%), 둘 다(7.1%) 순으로 나타났다.

수련 중 언어적 폭력을 경험한 전공의는 65.8%에 달했다. 신체적 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22.0%나 됐다. 신체 폭행을 행사한 주체는 환자가 36.9%로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교수 및 지도전문의로부터 논문을 이용한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11.5%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공의 65.2%는 일상 생활 중 스트레스를 대단히 또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슬픔·절망감 등을 느낀 경험이 있다는 전공의가 31.4%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20.4%로 나타났는데, 여성 전공의(26.9%)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전공의 평균 연봉은 3000∼3500만원이 32.5%로 가장 많았고 △3500∼4000만원(22.7%) △2500∼3000만원(15.5%) △4000∼4500만원(14.6%) △4500만원 이상(10.1%) △2000∼2500만원(4.2%) △2000만원 미만(0.4%) 순이었다.

4500만원 이상 받는다고 응답한 전공의들을 따로 분석해 본 결과, 지역별로는 강원도, 수련병원 규모로는 대학병원급, 수련병원의 유형별로는 민간설립병원, 수련연차는 레지던트 4년차, 수련과목별로는 외과계열에서 가장 많았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전공의는 근로자의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독립적으로 동시에 지니고 있다"며 "전공의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전공의 근무·수련 환경 평가를 독립화하고 근로 강도 개선을 위한 의사 인력 충원 및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공의 급여와 수당 뿐 아니라 지도전문의 급여, 교육적 행정비용 등 직접적인 교육비용을 정부가 수련병원에 지원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의사양성을 위해 수련병원에 지도전문의 교육, 시설 및 환경정비를 위한 국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구소는 또 "전공의들이 교수를 비롯한 상급 전공의, 동료 등으로부터 폭언·폭력 등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규칙에 '폭력 및 성희롱 예방과 금지'에 대한 규칙을 명확히 작성해 전공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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